정부, ‘중·러 가교’로 남북 교착 타개 모색… 러·우 종전이 변곡점 될까

우리 정부가 새해를 맞아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과 밀착 행보를 보이는 중·러를 지렛대 삼아 북한과의 접촉면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한반도 정세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 방중’… 미·중 사이 대북 레버리지 확보 주력

정부의 외교 시계는 오는 4일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져 있다. 이번 방중에서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행보는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기점으로 북·미 간 접촉이 가시화될 경우,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소원했던 북·중 관계는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 이후 다시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 한·러 관계 회복 ‘안간힘’… 물밑 접촉 이어가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의 파병 이후 북·러 관계가 사실상 ‘혈맹’ 수준으로 격상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협력 없이는 북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정부 북핵 당국자가 모스크바를 극비리에 방문해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북핵담당 특임대사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병 사태 이후 냉각된 한·러 관계 속에서 이뤄진 첫 당국 간 만남으로, 비록 비공개였으나 우리 정부의 비핵화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대외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과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북핵 문제’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는 등 북한을 의식해 만남의 의미를 철저히 축소하려는 모양새다.

■ 러·우 전쟁 종전이 ‘분수령’… 회의적 시각도 팽배

결국 한반도 정세 변화의 전제 조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쟁 중인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적 지원이 절실해 남북 관계에서 역할을 하기 제한적이며, 중국 역시 현재로선 북한을 움직일 강력한 수단이 부족하다”며 종전 이후에야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종전 후에도 냉기류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적대적 2국가’ 기조를 상반기 중 법제화할 가능성이 크고, 전쟁 종료 후에도 러시아와의 경제·기술 협력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러시아가 태도를 급변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중·러를 통한 우회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실제 남북 대화 재개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전개될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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